그런 날 있잖아요 / 정기모
왜,
그런 날 있잖아요
무심코 길을 걷다가
멈춰진 발걸음에 머무는
그림자 높이따라
천천히 던져지는 눈길이
하늘빛보다 더 시려지는 날
커피를 마시다
잊은 듯 멀리 있던 이름 석 자가
명치끝 말갛게 매달릴 때
오래전 지웠거니 했는데
문득 눈앞에 아픔처럼 머무는 날
한 계절 지나고
또 다른 계절이 들어서면
낮 달의 빈자리처럼
헛헛한 가슴 꾹꾹 누르다
먼 사람의 하늘가에 눈길이 가는 날
이런 날
이런 날은 말이에요
물기 가득 머금은 목소리로
가슴께가 뻐근하도록 노래 부르고 싶은
왜,
그런 날 있잖아요.